이제는 반려동물을 ‘애완동물’이 아닌, 진짜 가족으로 여기는 시대입니다. 한국과 일본 모두 반려동물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펫팸족’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함께 살아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별을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과의 이별 또한 존중받고 의미 있게 마무리되어야 할 순간이죠. 이번 글에서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반려동물 장례 문화가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또 다른지, 어떤 고민과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살펴볼게요.
1. 일본 반려동물 장례 문화, 어떻게 진행될까요?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반려동물 장례 문화가 자리 잡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1970년대 초반부터 ‘애완동물 장례식장’이 생기기 시작했고, 현재는 전국적으로 수백 곳 이상의 전문 화장터, 납골당, 그리고 추모 사찰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어요. 더 나아가, 일본에서는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라는 자격증도 존재할 만큼, 이 문화가 사회 전반에 걸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는 걸 알 수 있죠.
일반적인 장례 절차는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사망 후, 전문 장례업체에 연락
자택 방문 또는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인사
전용 화장로(또는 차량)를 이용한 화장 진행
유골을 분골하여 작은 사리함(骨壺)에 담음
유골을 집으로 데려오거나 사찰 내 납골당에 안치
주기적으로 추모제나 제사를 진행하기도 함
2. 일본 반려동물 장례 문화, 무엇이 다를까요?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대하는 방식은 나라와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납니다. 일본과 한국은 모두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공통점이 있지만, 장례 문화의 제도화, 사회적 인식, 감정 표현 방식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① 제도적 기반과 장례 인프라
일본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장례 문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인프라가 매우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동물보호관리법’ 하위 조항에서 반려동물의 사후 처리를 명시하고 있으며, 자격을 갖춘 ‘반려동물 장례업체’가 등록되어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또한, 전용 화장터, 이동식 화장 차량, 납골당, 동물 전용 사찰 등도 풍부하게 운영되고 있어요.한국은 관련 제도가 아직 과도기적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정한 ‘동물장묘업 등록제’가 시행되었지만, 공공 장례 시설은 일부 지자체에만 존재하고, 대부분의 서비스는 민간 중심이에요.
따라서 지역에 따라 접근성 차이가 크고, 시설의 질이나 신뢰도도 업체마다 편차가 존재합니다.
② 사회적 인식과 문화적 태도
일본에서는 반려동물 장례 자체가 사회적으로 보편화된 의례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가족 모두가 검은 옷을 입고 장례에 참석하며, 유골을 집안에 보관하거나, 매년 기일에 ‘추모제’를 지내는 등 종교와 연결된 전통문화도 자연스럽게 반영되어 있어요.
장례식장 내부에는 꽃 장식, 사진, 헌화대 등이 마련되어 있어, 사람의 장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 인사를 전합니다.한국은 여전히 장례를 ‘필요하지만 아직은 생소한 절차’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노년층 보호자들은 화장이나 납골 개념에 익숙하지 않아, 묻는 방식(매장)을 선호하거나 유기장 처리를 선택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SNS, 블로그 등을 통해 추모 문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간단한 유골함 보관부터 추모식까지 점차 다양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③ 감정 표현과 애도의 방식
일본에서는 의례의 형식을 통해 감정을 정리하고 이별을 마무리하는 문화가 뚜렷합니다.
사찰에서 진행하는 추모제, 납골당의 정기적인 방문, 조문용 메시지북까지… 정형화된 방식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반면 한국은 개인의 감정에 중심을 두는 추모 방식이 많아요.
집 안의 한 켠에 아이의 사진과 유골함을 놓고 매일 인사하거나, 함께 산책하던 장소를 자주 찾으며 기억을 떠올리는 등, 보다 개인적인 방식의 이별이 일반적입니다.
어떤 보호자는 손수 편지를 써서 유골함과 함께 두는 등의 정성 어린 표현으로 이별의 마음을 담기도 하죠.
④ 비용과 접근성
일본의 경우, 서비스는 매우 다양하지만 전체적으로 고비용 구조입니다.
기본적인 화장만 해도 수십만 원, 프리미엄 장례 패키지는 수백만 원에 이를 수 있어요.
하지만 보험과 연계된 시스템이 일부 마련되어 있어, 일정 부분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습니다.한국은 공공 장례시설을 이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장례를 진행할 수 있지만, 지역에 따라 그 시설이 존재하지 않거나 예약이 어렵습니다.
대부분 민간 장묘업체는 일본보다 다소 저렴하나 서비스 품질은 다양하여, 사전에 꼼꼼한 비교와 확인이 필요합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누구에게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들과 함께한 시간은 짧을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랑과 추억은 너무도 깊고 진하기에, 떠나보내는 순간은 늘 가슴 한 켠이 텅 빈 듯한 허전함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마지막 순간을 두려움이 아닌, 존중과 사랑의 시선으로 준비할 수 있다면,
그 이별은 단지 아픔으로만 남지 않고,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감사, 그리고 끝까지 지켜준 마음에 대한 위로로 남게 됩니다.
일본과 한국—두 나라의 장례 문화는 표현 방식이나 제도적 기반, 접근하는 틀은 다를 수 있지만 그 바탕에 흐르는 감정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랑했고, 함께했고, 그리고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던 마음. 그 마음이 있기에, 이별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과의 마지막 인사가 아름다운 추억으로, 그리고 평생의 따뜻한 기억으로 남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를 떠올릴 때 눈물 대신 미소가 먼저 떠오를 수 있기를 조용히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