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보호자에게 동물 안락사는 언제나 힘들고 어려운 주제입니다. 반려동물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회복이 어려운 질병으로 인해 괴로워하거나, 너무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마주할 때. 많은 보호자가 아이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안락사를 고민하곤 합니다.
보호자 생에 가장 힘겨운 결정, 동물 안락사를 고민하신다면 아래 7가지 체크리스트를 반드시 먼저 점검해보세요.
동물 안락사는 수의사가 판단하는 것 아닌가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안락사를 고민하는 과정에는 전문가와의 상담이 동반되어야 하는데요.
하지만 전문가라 할지라도 아이의 상태를 보호자님만큼 곁에서 오랜 시간 깊게 관찰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보호자님이 지켜보신 아이의 상태가 가장 정확한 자료인데요.
어떤 기준으로 아이의 상태를 봐야 할지 막막하실 보호자님을 위해 안락사를 고민하신다면 꼭 점검해 보아야 할 7가지 항목을 윤홍준 수의사님의 인터뷰를 참고하여 정리하였습니다.
1. 통증
통증 항목은 아이에게 투약 또는 진통 처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파서 비명을 지르는 등 통증을 참지 못하는 등 통증의 강도가 심해 보일 경우 0점, 반대로 아무런 통증도 없는 상태라면 10점으로 체크해 주세요.
2. 배고픔
사람도 몸이 아프고 힘들면 식욕이 사라지듯,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인데요. 식욕 부진이 심해지면 아이가 제대로 먹지 못하고 설령 먹더라도 토해내어 허기도 채우지 못하는 등 식도와 위장에 무리만 가는 행동이 지속되기도 합니다.
배고픔 항목은 아이가 스스로 밥을 먹지 못하고, 강제적으로 먹여도 토해내어 배고픈 상태가 지속된다면 0점, 스스로 밥을 잘 먹는다면 10점으로 체크해 주세요.
3. 수분섭취
적절한 수분섭취를 하지 못하는 경우 ‘체온 조절’, ‘신진대사 불균형’, ‘소화 기능 저하’, ‘신장과 간 기능 저하’, ‘감염에 대한 면역력 감소’ 등 다양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중요한 항목입니다. 아이가 사료나 간식뿐만 아니라 충분한 양의 수분을 섭취하고 있는지도 꾸준히 관찰해야 합니다.
수분섭취 항목은 배고픔과 마찬가지로 아이가 스스로 먹지 못해 투약 또는 수액 등 보호자가 직접 공급해 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0점, 스스로 물을 잘 마신다면 10점으로 체크해 주세요.
4. 위생상태
아이의 위생상태는 전반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대소변 관리와 아이가 스스로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능력이 저하될 경우, 대표적으로는 피부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며 기타 건강 문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위생상태 항목은 스스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침, 눈곱 등으로 뒤덮여 피부염 또는 피부에 벌레가 있는 상황이라면 0점, 스스로 대소변을 잘 보고 그루밍으로 스스로의 청결을 유지하는 상황이라면 10점으로 체크해 주세요.
5. 행복감
행복감을 점검한다는 개념이 생소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사람도 행복하면 주변을 둘러보고 신경 쓰고 소통에 마찰이 없듯이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주변 상황에도 반응하지 못하고, 보호자가 불러도 더 이상 쳐다보지 않는 등 교감이 힘들다면 0점, 보호자를 쳐다보며 보호자의 말에 반응 하고, 원활히 교감 할 수 있는 단계라면 10점으로 체크해 주세요.
6. 활동성
사람과 마찬가지로 몸과 마음의 상태가 건강하지 않다면 무기력해지듯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활동성 항목은 스스로 잘 움직일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항목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0점, 스스로 움직일 수 있고 뛰어다니는 등 평소와 다를 게 없을 정도의 활동성을 보인다면 10점으로 체크해 주세요.
7. 기력
사람의 기분이 매일 좋을 수 없듯이 아이의 기분 또한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요.
기력 항목은 일주일을 기준으로 컨디션 또는 기분이 좋을 때와 나쁠 때의 비중을 점검해주시면 됩니다. 만약 일주일 7일 중 6~7일을 안좋다면 1~0점으로 체크해 주시면 됩니다.
결과로 볼 수 있는 아이의 상태
소개해 드린 각 항목을 0점부터 10점까지 점수를 체크하셨다면, 총 70점 만점 중 우리 아이는 몇 점인지 확인해 주세요. 70점 만점 중 30점 이하일 경우 반려동물이 불편함을 넘어 고통을 겪고 있다고 판단되며, 수의사와의 상의를 통해 아이의 고통을 어떻게 완화할지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며 정말 심할 경우 안락사를 고려해 볼 수 있는 점수입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의 점수가 아직 30점 이상이라면 아이는 아직 고통 단계보다는 불편한 정도라 판단되는데요. 가능하시다면 보호자님이 조금 더 노력하여 아이의 삶의 질을 조금 더 개선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보호자님께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마음은 편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걸 알기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 글을 올리는 저 또한 치주염으로 괴로워하는 작은 고양이와 함께 지내고 있는데요. 같은 보호자인 입장으로서 몇 가지 마음에 품어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보호자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아이의 평생을 함께한 보호자님만큼 객관적으로 아이의 고통을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보호자님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본인의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명심하세요.
후회와 자책은 아이가 바라던 결과가 아닙니다.
아이는 인생의 행복했던 추억이 더 깊게 남아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아이와 함께했던 수많은 순간들, 그 모든 추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랑을 가득 담아 함께한 모든 시간은 아이에게 크나큰 기쁨이었을 것이며, 아이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 기억을 통해 아픔을 이겨내고 있을 것입니다.
아이와 행복했던 시간을 잊지말고, 충분히 최선을 다한 보호자임을 명심하세요.
어떤 결정을 내리든 아이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부정되거나 변질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와의 이별을 앞둔 보호자님께 펫로스 증후군을 예방하는 방법을 공유드리며 마치겠습니다.
(‘여기’를 눌러주세요.)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진 보호자님께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21그램-